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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터뷰] ‘좌석’이 아닌 ‘환경’을 빌려주는 공유 오피스, 썬트리하우스

🎤 일터뷰에서는 일하는 공간에 철학을 담은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일터’라는 작은 세계를 탐구해요. 사람과 공간이 어우러지는 각양각색의 일터에서 새로운 영감을 발견해 보세요! 



두 번째로 찾아간 일터는 프리랜서와 1인 사업가를 위한 공유 오피스, 썬트리하우스입니다. 이곳은 ‘혼자 일하는 삶’의 외로움과 한계를 체감해 온 한 디자이너가 회사 밖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위해 손수 설립한 공간이에요. 썬트리하우스를 만든 이지현 대표와 그곳에서 1년째 일하고 있는 윤나라 입주자를 만나, 고립감은 덜어주고 생산성은 높여주는 공유 오피스 라이프에 관해 들어봤어요. 






공간이 성장시키는 사람, 사람이 성장시키는 공간


이지현 대표는 워킹홀리데이로 떠났던 네덜란드에서 커뮤니티형 공유 오피스를 처음 접하고, 거기서 영감을 얻어 자신만의 공유 오피스를 만들었어요. 단지 좌석만을 제공하는 서비스형 공유 오피스가 아니라, 회사 밖에서도 사람들과 관계를 형성하며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목표였죠. ‘썬트리하우스(Suntree House)’라는 이름을 붙인 것도 입주자들이 해와 나무처럼 서로 좋은 에너지를 주고받는 공간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었다고 해요. 


썬트리하우스에서는 입주자를 단순히 자리를 이용하는 고객으로 바라보지 않아요. 서로의 성장을 북돋는 동료이자 각자의 전문성을 갖춘 플레이어로 인식해요. 이러한 철학은 썬트리하우스 홈페이지소셜 미디어에도 선명하게 드러납니다. 여느 공유 오피스와 달리, 입주자의 작업 분야와 핵심 역량을 세심하게 정리하여 공개해 두었거든요. 믿을 수 있는 동료이자 전문적인 플레이어로서 서로를 존중하는 분위기 속에서 협업도 활발히 꽃피웁니다. ‘금종각 그래픽 스튜디오’를 운영 중인 이지현 대표 역시 이곳에서 여러 입주자와 프로젝트를 함께하며, 공간이 만들어내는 성장 에너지를 경험하고 있다고 밝혔어요. 






“처음에는 저도 좋은 시설이나 멋진 책장, 조명 같은 기물들들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는데요. 운영하다 보니까 결국 공간을 완성하는 것은 사람이더라고요. 좋은 공간이 사람을 성장시키고, 좋은 사람은 그 공간을 더 자라게 하죠. 그래서 썬트리하우스는 공간과 사람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함께 자라나는 공간이에요.” - 썬트리하우스 이지현 대표


실제로 썬트리하우스 입주자들은 ‘공간을 더 자라게 하는’ 역할을 자발적으로 수행하고 있어요. 취향과 특기를 서로 나누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정착한 캡틴 문화가 대표적인 예인데요. 동네 카페를 돌아다니며 맛있는 원두를 찾아오는 커피 캡틴, 입주자들의 심심한 입을 달래주는 간식 캡틴, 썬트리하우스의 벽을 다양한 그래픽으로 장식하는 월(wall) 캡틴까지 — 각자 잘할 수 있는 방식으로 공간을 돌보는 거예요. 이렇게 입주자가 공간 일부를 책임지는 순간, 이곳은 단지 자리를 빌리는 공유 오피스가 아니라 함께 만드는 일터로 바뀌어요. 


“저는 썬트리하우스에서 SNS 캡틴을 맡고 있어요. 워크숍, MT와 같이 썬트리하우스에서 열리는 각종 이벤트와 우리만의 이야기를 전하는 역할이에요. 캡틴 제도는 공간을 함께 책임지고 돌보는 감각을 느낄 수 있게 해 줘서 좋아요. 덕분에 공간을 빌리는 입장인데도 애정과 책임감으로 공간을 대하게 되고, 소속감도 훨씬 더 커져요.” - 썬트리하우스 윤나라 입주자



취향과 개성의 층위가 쌓이는 일터


대부분의 공유 오피스는 모두의 취향에 맞춘 무채색의 인테리어로 꾸며져 있지만, 썬트리하우스는 달라요. 노란색과 초록색과 같은 원색을 과감하게 키 컬러로 삼아 공간 전체를 따뜻하면서 통통 튀는 이미지로 꾸몄습니다. 파티션 대신 자리마다 키가 큰 식물을 둔 것도 인상적인데요. 식물을 파티션으로 활용하는 것은 각자의 작업 공간은 지켜주면서 공간 전체를 하나의 흐름으로 은은하게 연결하는 이지현 대표만의 노하우예요. 이지현 대표는 “모두의 취향에 맞추려 하기보다는 분명한 방향성을 정했던 것이 오히려 결이 맞는 사람들을 이 공간에 모을 수 있었던 비결이었을 것 같다”고 덧붙였어요.






이지현 대표는 인테리어를 기획하면서 ‘멋있어 보이는 공간’보다 ‘시각적으로 즐거운 선을 유지하면서도 편안하게 오래 머물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데 집중했다고 회상했어요. 지나치게 멋지거나 값비싼 물건을 많이 사용한 인테리어는 보기엔 좋을지 몰라도, 정작 그 안에 머무는 사람을 긴장하게 만드는 면도 있다고 보았죠. 그래서 발품 팔아 찾아낸 합리적인 제품들과 국내외 중고 거래 사이트를 샅샅이 뒤져 발견한 감각적인 오브제들을 조합해 썬트리하우스만의 분위기를 완성했어요. 


가구를 고르는 과정에서도 이 원칙은 흔들리지 않았어요. 입주자들이 자신의 취향을 자유롭게 펼쳐놓을 수 있도록, 기본을 제대로 갖춘 군더더기 없는 가구를 찾으려고 노력했거든요. 그렇게 선택한 제품이 바로 데스커의 베이직데스크였습니다. 층마다 구조가 다른 점을 고려해 여러 크기의 데스크를 섞어 배치했고, 기둥이 있는 애매한 공간은 책상을 과감히 커팅해 더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했죠. 베이직데스크는 서로 다른 구조에도 유연하게 적용할 수 있어 공간 설계의 폭을 넓혀줬어요. 






“썬트리하우스에서 데스커 가구는 밥상 위의 ‘밥’ 같은 존재예요. 좋은 기본이 있어야 그 위에 개성을 자연스럽게 쌓을 수 있으니까요. 입주자들이 책상을 자유롭게 꾸미며 이 공간을 진짜 자기 자리처럼 느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가구를 들이기 전에 얼마나 고민을 많이 했는지 몰라요. 주변에 인테리어 하시는 분들이나 공간 세팅을 잘하는 분들에게 물어봤는데, 결국에는 데스커로 귀결되더라고요.” - 썬트리하우스 이지현 대표


미니멀한 디자인의 데스커 가구들은 입주자들의 취향, 작업 방식, 일하는 리듬에 맞춰 레이어를 쌓아갈 수 있는 바탕 가구로 자리하고 있어요. 덕분에 썬트리하우스는 정해진 콘셉트의 공간이 아니라, 사람이 채워가는 살아 있는 인테리어로 계속 진화하고 있습니다.





입주자 누구나 꺼내 쓸 수 있는 다양한 도구들로 채워진 데스커 3단 서랍장



‘스스로 선택한 일터’에서 자라는 사람들


“집에서는 밤을 새며 일하더라도 ‘내가 제대로 가고 있는 걸까’ 하는 생각이 밀려오기 쉬워요. 그런데 한 공간에서 각자 자기 방식대로 집중하고 있는 사람들과 함께 있으면, 우리가 함께 성장하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요. 일하다가 힘든 일이 생겨도 곁에 있는 사람들도 같은 지점에서 어려움을 겪었다는 걸 알면 이상하게 힘이 됩니다.” - 썬트리하우스 이지현 대표


프리랜서나 1인 사업가는 불규칙한 생활 패턴 속에서 자신을 의심하게 되는 순간을 자주 마주해요. 불안과 걱정 같은 부정적인 생각들이 고요한 틈을 비집고 올라와 일을 방해하곤 하죠. 이지현 대표가 혼자 일하는 사람들을 위한 일터, 썬트리하우스를 운영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어요. 매일 출근할 수 있는 나만의 일터가 있는 것만으로도 마음의 중심을 잡기가 한결 수월해지거든요. 사람의 마음은 흐트러지거나 나약해지기 쉽지만, 좋은 동료가 있는 환경에서는 그 흔들림조차 긍정적인 경험으로 남을 수도 있답니다. 


“‘썬트리하우스’라는 공간에 오는 것만으로 어떤 동기나 활력을 느끼실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드라마나 영화에는 의지를 발휘하는 대단한 인물들이 많이 등장하지만, 정작 현실에서는 의지가 환경을 이겨내는 일이 쉽지 않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여길 거쳐 가시는 분들이 이곳에서 이전과 다른 새로운 자극을 받아 더 넓은 세계로 나아갈 수 있으면 좋겠어요.” - 썬트리하우스 이지현 대표


“저도 마찬가지예요. 환경의 역할이 크다고 느껴요. 환경은 물리적인 공간일 수도 있고, 그 안에서 함께 일하는 사람들일 수도 있죠. 여기에 들어온 지 1년이 됐는데, 그동안 제 안에 정말 많은 변화가 있었어요. 이곳이 왜 ‘해’와 ‘나무’를 닮은 공간인지 알 것 같아요.” - 썬트리하우스 윤나라 입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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